본문 바로가기

시와 함께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은 내어던지고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언 일인가이 흰 바람벽에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저녁을 먹는다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이 흰 바람벽엔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 더보기
절벽 -이상 절벽 / 이상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절벽 / 이상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않는꽃이―보.. 더보기
그 중에 그대를 만나 - 이선희 그 중에 그대를 만나이선희|15집 [SERENDIPITY] 30주년 기념앨범Umm~ Umm~~~ ~ 그렇게 대단한 운명까진 바란 적 없다 생각 했는데 그대 하나 떠나간 내 하룬 이젠 운명이 아님 채울 수 없소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롤 알아보고 Ooh~ Ooh 주는 것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 건 기적이였음을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고 자신하는 내가 어제 같은데 그대라는 인연을 놓지 못하는 내 모습 어린아이가 됐소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롤 알아보고 Ooh~ Ooh 주는 것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 건 기적이였음을~ 나를 꽃처럼 불러주던 그대 입술에 핀 내 이름 이제 수많은 이름들 그 중에 하나 되고~ Oh~.. 더보기
상록수 -이선윤 어렴풋이 동 트는 하늘에굵은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고처마 끝에 매달린 물방울은끝내 하나 둘 아래로 아래로비바람을 견디다 못한연약한 노란 꽃이 지고저 멀리 바위산 너머로빗소리에 슬피 우는 부엉이애처로운 벼이삭 사이로주인 잃은 밀짚모자 하나숨소리가 사라진 고요한 마을질척한 발자국만이 길을 채우고먹구름은 걷힐 생각을 않는데새어나오려 안간힘 쓰는 한주기 빛눈물로 가득 잠긴 그 곳에홀로 푸른 빛 잃지 않는상록수 한 그루 더보기
덕유산에서 -문덕수 더보기
대답하지 못한 질문 - 유시민 더보기
차가운 달 -벽소령 - 강영환 별을 삼킨 달이 홀로 만삭이다어둔 하늘에 멀건 낯바닥 걸어두고꿈틀대는 능파의 수작을 본다얼마나 외로웠을까 청상의 산녀는뱁실령 베고 누워 발을 뻗으니광활한 우주도 몸을 맡겨 수줍고몸매 드러낸 남부능이 몸을 꼬아대성골 지친 허공이 침상을 낮춘다 그대 결코 잠들지 못하리라 누운 자리등뼈 결리는 돌을 뽑아 마음에 쌓으니칠선봉 일곱 봉우리가 구름 위에 뜨고지나는 차가운 바람도 기가 세다시린 이 드러낸 얼굴 푸르러 푸르러섬진강 모래 벌 가는 달빛은마음에다 서늘한 발자국을 찍어못 다한 말씀을 걸어갔다 더보기
어머니에 품속 같은 지리산 - 심재순 어머니의 치마폭 같이 펼쳐진 지리산에서 사랑을 속삭여 보세요 당신의 마음이 흔들릴 때 지리산에 한 번 올라 보세요 봄의 전령사가 찾아와 푸른 새 순이 이 가지 저 가지 돋아 남을 볼때 천왕봉에 설산이 남아 있어요 아래는 봄 위에는 겨울봄이 겨울을 몰아 내는 모습을 바라 볼 수 있다오 지리산에 한번 올라 보셔요 온 세상의 잡다한 것을 다 모아 놓고 한 점 티끌도 없이 초록으로 버티고 선 지리산을 올라 오셔요 당신도 초록으로 물들어 세상사 모두 초록으로 피어 날겁니다 아름다움도 시기를 합니다 온통 불타는 지리산에 와서 당신의 생각도 태워 보세요 필요 없는 것 불타는 지리산 단풍에 태우고 가세요 당신의 머리가 가벼워질 겁니다 세상사 힘들거든 지리산을 올라 보셔요 하얗게 변한 지리산을 오르다 보면 당신의 사랑도.. 더보기
섬진강1 - 김용택 가믄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묵메이면 연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않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며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명 애비 없는 후레자.. 더보기
지리산에 들어가면 -고은 지리산에 들어가면 고 은 지리산에 들어가면 살 수 있습니다 운봉 구례 하동 대원사 달려와 지리산에 가면 살 수 있습니다 도저히 살 수 없는 사람일지라도 거기 가면 살 수 있습니다 총 쏘아 그 총소리 수십 개 메아리로 다할 수 없는 산 지리산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습니다 지리산에 들어오면 싸울 수 있습니다 시대와 맞서 고려 강토의 젊은이 철철이 모여들어 이제 바람치는데 원수를 향하여 나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천치 백치일지라도 여기 오면 동토 싸우는 사람 아니고는 안됩니다 목숨 바쳐 온통 핏방울 튀는 사람입니다 널린 꽃과 잎이여 여기가 온통 무덤입니다 그리하여 지리산에 들어가면 몇천년 내내 세우려 했던 그 나라를 세울 수 있습니다 9만리 하늘 가득히 아침햇살 퍼지는데 저 천지개벽의 골짜기마다 능선마다 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