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믄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묵메이면
연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않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며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명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