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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이야기

구글의 무리수...H.264 코덱 외면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에서 HTML5 동영상 기술인 'H.264' 코덱을 빼기로 했다. 오픈소스 기술에 기반한 웹콘텐츠 저변을 넓히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마이크 자자예리 구글 제품 매니저는 지난 11일 크롬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구글은 오픈소스 코덱 기술을 지원함으로써 열린 혁신을 지향할 것"이라며 "H.264 코덱이 웹동영상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쟁사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식 지원하는 H.264 기반 동영상 지원을 그만두고, 오픈소스 진영의 오그테오라와 VP8 코덱만 지원한다는 얘기다. 이는 모질라, 오페라소프트웨어와 같은 방침이다.

 

■크롬 'H.264 지원 종료' 이후의 세계 

 

자자예리 매니저는 "몇 달 안에 크롬에서 H.264 코덱 지원이 없어질 것"이라며 "HTML5 동영상 기술을 다루는 콘텐츠 공급사와 개발자들이 이를 서비스에 반영할 여유를 주기 위해 미리 알린다"고 전했다.

 

크롬 브라우저가 H.264 코덱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이를 요구하는 HTML5 동영상을 볼 때 플래시나 실버라이트처럼 별도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 플러그인 없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 나온 HTML5 동영상 기능의 목적을 잃는 셈이다.

 

이 경우 H.264 코덱 기반 콘텐츠를 제공하던 서비스들은 크롬, 파이어폭스, 오페라 사용자를 붙잡기 위해 해당 브라우저가 지원하는 VP8 기반 서비스도 마련해야 한다. 자자예리 매니저가 말한 '서비스에 반영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일각에서는 차세대 웹동영상 기술 표준 전쟁의 막이 올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웹표준으로 공식 채택될 가능성은 낮지만, H.264과 VP8 코덱이 인터넷 미디어 업계의 '사실상 표준' 지위를 놓고 벌이는 경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웹표준화기구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움(W3C)의 HTML5 대한민국 관심그룹(KIG) 이원석 의장은 "H.264는 라이선스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 때문에 상당수 회사가 웹M(VP8)을 사용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코덱은 인터넷을 포함한 미디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향방이 주목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웹의 개방성을 원칙으로 내세워 이에 활용되는 기술 역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열티가 있는 H.264 코덱 지원을 빼고 오픈소스 코덱 VP8을 HTML5 동영상 기술로 지원하는 이유다.

 

반면 MS와 애플은 자사 플랫폼에서 H.264를 전면 지원하는 모양새다. 오히려 애플은 오픈소스 코덱 기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H.264, 애플·MS 코덱?

 

딘 하차모비치 MS 제너럴 매니저는 지난해 5월 "MS는 H.264가 웹기반 동영상 재생에 탁월한 기술이라고 본다"며 "IE9는 (HTML5 기반 서비스에서) H.264 동영상만 재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덱 자체는 이미 윈도7에 내장돼 있고, 개발중인 차기 윈도 버전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아이폰 운영체제(iOS)에서 HTML5 표준, H.264 기반 동영상을 '플래시 대체 기술'로 강조해왔다. 실제로 HTML5 기반 H.264 동영상은 모두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파리에서 이용할 수 있다.

 

MS와 애플이 강조하기 전부터 H.264는 현존하는 웹동영상 코덱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기술이었다. 서비스 제공업자와 이용자 규모도 크다.

 

지난해 5월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2010년 1분기 제작된 H.264 기반 동영상 비율이 전체 66%에 달한다. 지난 2009년 2분기 31%에서 2배 넘게 뛰어오를 정도로 급증한 것이다.

 

또 당시 잡스 CEO는 "웹동영상 가운데 40%가 H.264를 사용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콘텐츠 서비스뿐 아니라 언론, 공공, 학술 커뮤니티 등 이미 H.264를 사용하는 유명 사이트가 적지 않다.

 

▲ HTML5 동영상 H.264 코덱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 아이패드 레디' 사이트 목록

고화질 영상서비스 비메오, 사진 공유로 유명한 플리커, CNN, 로이터, 뉴욕타임스같은 언론사와 ESPN, 메이저리그야구 등 스포츠채널, 아이디어 공유 커뮤니티 TED와 미국 정부 백악관 홈페이지 동영상까지 H.264 기반이다.

 

■구글 코덱, 아직은 안개속

 

이에 반해 공식적으로 구글 VP8 코덱을 사용하는 유명 사이트는 '유튜브' 뿐이다. 유튜브는 향후 VP8 코덱 기반 웹M 동영상 형식을 전면 지원할 예정이지만 현재 H.264 기반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경쟁사 MS의 클라이언트 플랫폼 개발자 팀 스니스는 구글이 H.264를 지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세계 공용어에 준하는 영어를 금지하고 모든 사람들이 인공어인 '에스페란토어'를 쓰도록 만들려는 것만큼 무리수라며 평가절하했다.

 

또 VP8 기술은 오픈소스 커뮤니티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지만, W3C의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제프 자페 W3C 최고경영자(CEO)는 "W3C 차원에서 구글 코덱을 비롯한 특정 기술이 확산되도록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브라우저 점유율이 대형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비스업체들이 기존 브라우저 사용자 기반에 따라 우선적으로 지원할 기술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크롬 브라우저와 마찬가지로 VP8 코덱을 탑재한 크롬OS 단말기 보급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크롬OS 탑재 노트북은 내달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