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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지리산 -김지하

지리산 

김 지 하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숲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저 대 밑에 
저 산 밑에 
지금도 흐를 붉은 피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울부짖는 것이여 
깃발이여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한 자루의 녹슨 낫과 울며 껴안던 그 오랜 가난과 
돌아오마던 덧없는 약속 남기고 
가버린 것들이여 
지금도 내 가슴에 울부짖는 것들이여 

얼어붙은 겨울 밑 
시냇물 흐름처럼 갔고 
시냇물 흐름처럼 지금도 살아 돌아와 
이렇게 나를 못살게 두드리는 소리여 
옛 노래여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숲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아아 지금도 살아서 내 가슴에 굽이친다 
지리산이여 
지리산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