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차가운 달 -벽소령 - 강영환

숲으로가다 2013. 4. 17. 08:55



별을 삼킨 달이 홀로 만삭이다

어둔 하늘에 멀건 낯바닥 걸어두고

꿈틀대는 능파의 수작을 본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청상의 산녀는

뱁실령 베고 누워 발을 뻗으니

광활한 우주도 몸을 맡겨 수줍고

몸매 드러낸 남부능이 몸을 꼬아

대성골 지친 허공이 침상을 낮춘다


그대 결코 잠들지 못하리라 누운 자리

등뼈 결리는 돌을 뽑아 마음에 쌓으니

칠선봉 일곱 봉우리가 구름 위에 뜨고

지나는 차가운 바람도 기가 세다

시린 이 드러낸 얼굴 푸르러 푸르러

섬진강 모래 벌 가는 달빛은

마음에다 서늘한 발자국을 찍어

못 다한 말씀을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