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지리산에 들어가면 -고은

숲으로가다 2012. 4. 26. 09:19

지리산에 들어가면 

고 은 

지리산에 들어가면 살 수 있습니다 
운봉 구례 
하동 
대원사 달려와 
지리산에 가면 살 수 있습니다 
도저히 살 수 없는 사람일지라도 
거기 가면 살 수 있습니다 
총 쏘아 
그 총소리 수십 개 메아리로 다할 수 없는 산 
지리산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습니다 

지리산에 들어오면 싸울 수 있습니다 
시대와 맞서 
고려 강토의 젊은이 철철이 모여들어 
이제 바람치는데 
원수를 향하여 나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천치 백치일지라도 
여기 오면 동토 싸우는 사람 아니고는 안됩니다 
목숨 바쳐 
온통 핏방울 튀는 사람입니다 
널린 꽃과 잎이여 

여기가 온통 무덤입니다 
그리하여 지리산에 들어가면 
몇천년 내내 세우려 했던 
그 나라를 세울 수 있습니다 
9만리 하늘 가득히 아침햇살 퍼지는데 
저 천지개벽의 골짜기마다 
능선마다 
아침 안개 잠겨 
그 아래로 
수많은 아이들이 뛰놀고 있습니다 
바로 그 나라를 세울 수 있습니다 
그 나라를 세울 수 있습니다